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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 2019.02.28 10:04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톱5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모두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자동차를 한 대도 만들지 않는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39조 원으로 추정되며, 온라인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 역시 숙박 시설 하나 없이 31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문직의 개념 또한 변하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30년 후 인공지능에 대체될 위험성이 가장 큰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초년생들이 맡는 법리 및 판례 조사 작업과 같은 기초적인 법률 서비스부터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변호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Watson)’에게 의료 지식 및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암 진단 정확도가 96%로 전문의보다 현저히 높았다.
이렇듯 견고하다고만 여겨져 왔던 경제와 노동의 축이 흔들리면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이 있는데, 이런 기술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모바일·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규칙적인 ‘컴퓨터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코딩은 이러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고,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영어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코딩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가 처음으로 코딩을 접한 시기는 고등학교 때였다. 현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 언어 중 하나인 Java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웠다. 단언컨대 고등학교에서 들은 모든 수업 중 가장 어려웠다. 이는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많은 이들이 코딩 공부를 어려워한다. 문과·이과를 불문하고 상당수의 학생이 Java, C언어 등 컴퓨터공학개론 수업만 듣고 코포자(코딩포기자)가 되어버린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기본기’ 부족이다.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들은 언어를 배울 때 먼저 소리를 들으며 사물을 보고 만진다. 그런 훈련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화하여 어느 순간 본인들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게 된다. 그 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말하는 것을 글로 옮기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컴퓨터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먼저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언어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시각화가 되어야 한다. 특히 컴퓨터 세계는 인간에게 매우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훈련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코딩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C언어·Java 등을 바로 시작한다. 이는 마치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에게 <성문 종합영어>를 던져주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인 코딩 기본기 훈련 방법을 순서대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스크래치와 같은 시각적인 블록 코딩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운다.
2) 블록 코딩에서 텍스트 코딩으로 전환하여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본다.
3) 아두이노 등을 활용하여 코드가 하드웨어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실습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2번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격적인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전 꼭 시간을 할애해볼 것을 추천한다. 1~3번을 통해 기본기를 잘 쌓은 후에는 입문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C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 성인들의 경우 쓰임새가 많고 배우기 쉬운 Python이 무난할 수 있지만, C언어는 플랫폼 영향을 받지 않고 활용되는 유비쿼터스 언어이다. C언어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면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
코포자의 문턱까지 갔었던 유경험자의 입장에서 말하건대, 코딩 공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잘못된 방식으로 어설프게 접근하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20세기에 영어는 개인으로서 갖춰야 할 핵심적 역량이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었고, 단순 취업에서조차 영어가 중요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코딩 능력이 특정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생존 문제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초·중·고·대학생, 직장인, 교육자, 사업가 등 모두가 코딩을 공부해야 하겠지만, 배우는 목적과 개개인의 역량이 다른 만큼 학습의 방법도 각기 달라야 할 것이다.
영어는 세계화 시대의 공통 언어였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코딩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제2의 영어다.
<HCN 매거진 서초> vol.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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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 2019.02.28 10:04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톱5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등 모두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들이다. 자동차를 한 대도 만들지 않는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우버의 기업가치는 약 139조 원으로 추정되며, 온라인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 역시 숙박 시설 하나 없이 31조 원의 기업가치를 달성했다. 기업뿐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문직의 개념 또한 변하고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 2045’는 30년 후 인공지능에 대체될 위험성이 가장 큰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 초년생들이 맡는 법리 및 판례 조사 작업과 같은 기초적인 법률 서비스부터 인공지능에 의해 빠르게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공지능 활용 능력이 변호사의 역량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Watson)’에게 의료 지식 및 데이터를 학습시킨 결과 암 진단 정확도가 96%로 전문의보다 현저히 높았다.
이렇듯 견고하다고만 여겨져 왔던 경제와 노동의 축이 흔들리면서 세상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최근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이 있는데, 이런 기술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다. 그리고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모바일·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규칙적인 ‘컴퓨터 언어’로 구성되어 있다. 코딩은 이러한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이고,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영어와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코딩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필자가 처음으로 코딩을 접한 시기는 고등학교 때였다. 현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 언어 중 하나인 Java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어려웠다. 단언컨대 고등학교에서 들은 모든 수업 중 가장 어려웠다. 이는 필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많은 이들이 코딩 공부를 어려워한다. 문과·이과를 불문하고 상당수의 학생이 Java, C언어 등 컴퓨터공학개론 수업만 듣고 코포자(코딩포기자)가 되어버린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기본기’ 부족이다.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들은 언어를 배울 때 먼저 소리를 들으며 사물을 보고 만진다. 그런 훈련들이 반복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화하여 어느 순간 본인들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게 된다. 그 후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해 말하는 것을 글로 옮기는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컴퓨터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먼저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본인이 사용하는 컴퓨터의 언어가 무엇을 나타내는지 시각화가 되어야 한다. 특히 컴퓨터 세계는 인간에게 매우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훈련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코딩교육 프로그램은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C언어·Java 등을 바로 시작한다. 이는 마치 막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에게 <성문 종합영어>를 던져주고 주입식 교육을 시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좀 더 구체적인 코딩 기본기 훈련 방법을 순서대로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스크래치와 같은 시각적인 블록 코딩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운다.
2) 블록 코딩에서 텍스트 코딩으로 전환하여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본다.
3) 아두이노 등을 활용하여 코드가 하드웨어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실습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2번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격적인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전 꼭 시간을 할애해볼 것을 추천한다. 1~3번을 통해 기본기를 잘 쌓은 후에는 입문용 프로그래밍 언어로 C언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 성인들의 경우 쓰임새가 많고 배우기 쉬운 Python이 무난할 수 있지만, C언어는 플랫폼 영향을 받지 않고 활용되는 유비쿼터스 언어이다. C언어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면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들은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다.
코포자의 문턱까지 갔었던 유경험자의 입장에서 말하건대, 코딩 공부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잘못된 방식으로 어설프게 접근하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20세기에 영어는 개인으로서 갖춰야 할 핵심적 역량이었다. 영어를 할 줄 모르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었고, 단순 취업에서조차 영어가 중요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코딩 능력이 특정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생존 문제까지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초·중·고·대학생, 직장인, 교육자, 사업가 등 모두가 코딩을 공부해야 하겠지만, 배우는 목적과 개개인의 역량이 다른 만큼 학습의 방법도 각기 달라야 할 것이다.
영어는 세계화 시대의 공통 언어였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코딩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제2의 영어다.
<HCN 매거진 서초> vol.15